도시에서 오래 산 사람에게만 생기는 ‘이상한 피로감’의 정체 잔여 감정 도시에서 몇 년 이상 살아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순간이 있다. 특별히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몸이 아프다기보다 머리가 묵직하고,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닌데 괜히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은 감각. 나 역시 처음 도시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이 감정을 단순한 적응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 피로는 더 미세하고, 더 일상적인 형태로 남았다. 무기력이나 우울 같은 강한 감정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잔여 감정’처럼 하루 끝에 조용히 붙어 있었다. 도시의 피로이 경험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