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공간은 도시의 숨겨진 심리 구조다도시의 표면이 ‘의식’이라면, 지하는 ‘무의식’이다. 건물 아래 숨겨진 공간들은 종종 효율성과 기능으로만 인식되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곳은 인간의 억압된 감정과 기억이 잠재하는 장소다. 우리는 밝고 열린 공간을 선호하면서도, 동시에 어둡고 닫힌 공간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이 감정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었지만, 현대 도시의 지하 공간은 단순히 어둠의 상징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를 상징하는 공간적 무의식으로 작동한다. 지하철, 지하상가, 지하주차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현대의 심층 구조물이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표면의 사회적 역할을 잠시 벗어난다. 지하는 ‘보이지 않는 나’를 마주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지하를 이해하는 일은 곧 인간의 심..